제트기류와 지구 자전에 대한 오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거리인데 왜 갈 때보다 올 때 비행 시간이 더 오래 걸릴까?”



최근 필자도 라스베가스를 다녀왔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라스베가스로 갈 때는 약 11시간, 라스베가스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때는 무려 13시간이 걸렸다.
왕복 거리 자체는 같을 텐데, 2시간이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처음에 이 차이를 지구 자전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구가 동쪽으로 자전하니까, 동쪽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빠르게 가고, 서쪽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느려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실제 원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제트기류(Jet Stream)가 핵심 원인

그렇다면 그 원인은?

비행 시간의 차이를 만드는 진짜 이유는 상공에서 빠르게 흐르는 공기 흐름, ‘제트기류’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대략 고도 9~12km 상공에서, 시속 150~400km의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이다.
이 바람은 대부분의 여객기 항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한국 → 미국(동쪽에서 서쪽): 제트기류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 → 순풍
  • 미국 → 한국(서쪽에서 동쪽): 제트기류를 정면으로 마주침 → 역풍

이로 인해 실제 항공기의 지상 속도(ground speed)가 달라진다.
같은 항공기라도 순풍을 타고 갈 때는 시속 1000km 이상, 역풍을 맞고 올 때는 시속 800km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동 거리는 같아도, 총 비행 시간에는 1~2시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자전은 전혀 영향이 없을까?

지구 자전이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는 지구 자전이 항공기의 비행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는 자전하면서 대기(공기)도 함께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역시 지표면 위의 공기 속을 날기 때문에, 지구가 돌고 있더라도 아래에서 ‘휙’ 하고 지나가지 않는다.

이것은 공중에 떠 있는 헬리콥터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고 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자동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비행기는 지구와 함께 자전하고 있는 대기 안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자전의 효과는 상대적인 속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비행 시간의 차이는 지구 자전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제트기류) 때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제트기류는 항상 존재할까?

그렇다면 제트기류가 없거나 하는 날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돌아올 때도 갈 때랑 별 시간 차이가 없는 날도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언제 미국을 오고 가더라도 이 둘의 시간 차이는 변하지 않는다. 왜일까?

왜냐하면… 제트기류는 단기적인 기상 변화가 아니라, 지구의 대기 구조와 회전에 의해 항상 형성되는 현상이기 떄문이다.
다만 그 위치, 강도, 흐름은 매일 달라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현상은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매일 매일 변덕스러운 날씨와는 다르다.

겨울철에는 극지방과 적도 간 온도 차이가 커져 → 제트기류가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고, 태풍, 저기압 등 대규모 기상 시스템이 → 제트기류의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략 고도 10km 상공(보통의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에서의 제트기류는 항상 존재한다.

항공사들은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항로를 설정한다. 때로는 원래보다 먼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제트기류를 타는 것이 연료나 시간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히 정리하자면..

비행 시간이 왕복에서 달라지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이 아닌, 고도 10km 상공에서 부는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의 영향이다.

비행기는 지구의 대기 안에서 움직이며, 그 대기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제트기류다.
지구 자전은 항공기와 대기 모두를 함께 회전시키기 때문에 비행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앞으로 누군가 비행 시간의 차이를 궁금해한다면, 제트기류와 지구 자전에 대한 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전해보자!

미국 비행 시간은 왜 갈 때와 올 때 다를까?